나는 더 행복해도 되는가?

I am 2009/03/06 16:37

더 행복해도 될텐데..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

학회 때문에 어느 대학에 다녀왔다. 사실 이름도 잘 모르던 곳이었다. 교정은 옹색하고 건물도 낡았지만, 무척 인상적인 것은 그곳 학생들의 표정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학생들은 다들 구김살 없이 웃고 장난치고 있었다. 하나 같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교수식당이 어딥니까?”하고 길을 묻는 내게 그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몰려나와 길을 안내해 주었다. 그 때 내 가슴에는 <서울대학교 김난도>하는 이름표가 붙어있었는데, 어디선가 “와아~ 서울대학교다, 서울대학교!”하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다음날, 서울대학교의 캠퍼스로 돌아왔다. 누군가가 그렇게 선망하던 곳이다. 전일(前日)과 선명히 비교되는 점 하나는 학생들의 표정이 전혀 밝지 않다는 것이다. 웃는 학생도 장난치는 학생도 별로 없다. 교수휴게실로 돌아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교수들도 여간해서 웃지 않는다. 연구며 행정잡무에 치여 늘 탈진 상태다. 교수건 학생이건 이 교정 안에서는 모두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철학시간에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우리의 목표는 행복이 아니었다. 행복한 고등학생이 되기보다는 성적 좋은 수재여야 했고, 행복한 대학생활을 누리기보다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학생이 돼야 했다. 좋은 데 취직했다고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이제는 더 많은 연봉을 받고 더 빠른 승진을 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성취다. 행복은 항상 뒷전이었다. 더 큰 성취가 바로 더 큰 행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애써 자기 최면을 걸며,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성취와 행복을 등치(等値)시키는, 아니 성취를 행복보다 우선시하는, 성취지향의 시대다. 온국민이 성취를 향해 뛴 결과 1960년대의 최빈국(最貧國)이 경제규모 11위권의 대국으로 자라났으니, 대한민국을 성취공화국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 중에서도 공부에 관한 한 가장 탁월한 성취를 보인 사람들이 모인 곳이 서울대학교다. 그 정도 이루었으면 조금 숨 돌릴 만도 한데, 사정은 더 딱하다.

서울대 식구들은 공한족(恐閑族)이다. 한가한 것이 두렵다. 쉬느니 뭐라도 배우는 것이 남는다고 생각한다. 즐겨 읽은 것은 전공서 아니면 자기계발서다. 어쩌다 소설책을 읽더라도 ‘더 나은 나’를 위해 필요한 구절에 밑줄을 긋는다. 예전엔 애정․가족문제로 상담을 청하는 학생이 많았는데, 요즘에 하나 같이 진로에 관한 고민으로 내 방 문을 두드린다.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고 있는 나도 예외는 아니다. 못 말리는 일중독의 성취강박자다. 번잡한 일상에 치여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게 됐다. 새까맣게 꽉 찬 다이어리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핸드폰과 이메일 없이는 하루도 불안해서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일정(日程)이 지시하는 삶이, 다소의 성취가 있다고 해서,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행복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서 만족을 찾을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하려면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수시로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여유가 중요하다. 스스로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 벌거벗은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여백을 위해 삶을 비울 수 있어야 한다. 용기가 중요하다. 타인의 인정(認定)때문에 휘둘려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더 행복해도 될 텐데…. 조금 덜 이루더라도, 조금 늦더라도, 더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른 길 아니겠는가? 비우고 버릴 용기 없이, 행복은 멀다.

Source:
http://www.snu.ac.kr/withsnu/with0203_list.jsp?idx=272&reqPage=1

--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나를 돌아보기에 좋은 글인 것 같아 올려본다.

"나는 더 행복해도 되는걸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s 0 : Comments 0

Write a comment


보케베케

I am 2008/09/16 20:17

□ 보케베케(vocation vacation)

■ 보케베케(vocation-vacation)란 천직을 의미하는 ‘보케이션’(vocation)과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이 결합된 말로, ‘천직을 찾아 떠나는 휴가’를 뜻함
 - 한마디로 휴가를 통해 자신이 그리던 직장을 체험해 보는 것임
 - 최근 SBS 스페셜 ‘천직 찾아 휴가가요’란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킴

■ 휴가(vacation) 동안, 당신이 평생 꿈꿔왔던 직업(vacation)을 체험해 보세요!
 - 2003년 미국에서 문을 연 한 사이트(www.vocationvacations.com)의 홍보 문구로서, 이직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휴가를 활용해 평생 꿈꿔온 직업을 멘토와 함께 체험해보는 이색적인 직업체험상품임
 - 선택가능한 ‘체험’은 와인 소믈리에부터 신발 디자이너, 목장 주인 등 무려 200여 종에 이른다고 함
 - 맥주와 치즈 기술자, 스포츠 아나운서 등이 선호도가 높은 직종임
 - 600~2000달러를 지불한 참가자들은 1~3일간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멘토’와 함께 일하며, 적성검사와 상담도 받을 수 있음
 - 흥미로운 점은 이런 체험을 한 이들의 75%가 자신의 열정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닫고 원래 일터로 돌아간다는 것임

■ 이 사이트는 사장 브라이언 쿠르트 자신이 이직을 꿈꾸다 만들어낸 산물임
 - 1990년대 후반 실업자가 된 그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며 일자리를 찾다가 재미있는 현상을 포착했음
 - 사회적으로 성공한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불편해하고 있었고, 기회를 주면 많은 이들은 ‘지금 나는 변호사지만, 사실은 다른 어떤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식이었다는 것임
 - 평생 꿈꿔온 이직을 위해 그 동안 일궈온 경력을 버린다는 것은 위험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냉철하게 이직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것이 프로그램의 최대 이점임

현대경제연구원 CHAIRPERSON NOTE 08.09.12 발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s 0 : Comments 1
  1. BlogIcon Matthew 2008/11/17 19:06 Modify/Delete Reply

    어랏! 리플 된다 된다 ㅋㅋㅋ
    분명히 전에 안되었었다니까요 ㅋㅋ

Write a comment

◀ PREV : [1] : [2] : [3] : [4] : [5] : ... [32] : NEXT ▶